오, 베네치아…낭만 넘실대는 '물의 도시'여!

입력 2015-07-20 07:10  

문화·예술 향취 가득한 북부 이탈리아


[ 김보영 기자 ]
정교하게 솟은 100여개의 첨탑 사이로 물감을 칠한 듯 짙푸른 하늘이 바라보이는 정경. 거미줄처럼 얽힌 수로 사이로 미끄러지듯 달리는 곤돌라. 알프스 산악 지방의 청량한 공기를 가슴 가득 불어넣을 수 있는 호숫가. 북부 이탈리아의 경제와 문화 중심지 밀라노를 거점으로 인근 베네치아·코모를 둘러보는 일정은 일상으로 지친 심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코스다. 특별한 여행 계획이 없더라도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면 낯선 여행자를 반가이 맞아주는 다채로운 볼거리와 북부지방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에 들뜬다. 우아하면서도 정겹고, 발랄하면서도 차분하다. 문화와 예술의 향취가 가득한 이 지역에 마음을 빼앗기는 건 어쩌면 순식간이다.


밀라노 / 거리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흔적

북부 이탈리아의 중심지 밀라노는 패션의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르네상스 시대의 숨결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문화 도시이기도 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이 도시에 약 17년간 머무르며 미술가·건축가·디자이너로서 다양한 재능을 꽃피웠다. 고딕 양식의 밀라노 대성당(두오모)은 100개 넘는 첨탑이 돋보이는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눈길을 사로잡고,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으로 손꼽히는 라 스칼라 극장이 발길을 붙든다.

밀라노 여행의 진수를 짧은 시간 안에 누리고 싶다면 두오모 광장을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알맞다. 두오모는 이탈리아어로 대성당을 의미한다. 소설과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 나오는 피렌체의 두오모도 유명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유서 깊고 아름다운 건축물이 밀라노의 두오모다. 높이 157m, 너비 92m의 이 대성당은 135개의 첨탑이 빼곡하게 솟아 있는 화려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두오모 바로 앞에는 200m에 달하는 대형 아케이드 쇼핑 공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가 펼쳐져 있다. 딱히 쇼핑에 취미가 없더라도 거대한 스케일에 압도돼 어느새 안으로 걸어 들어가게 되는 마법의 장소다. 높다란 천장에는 예술성 높은 프레스코화가 새겨져 있다. 하루 종일 사람들로 붐비는 밀라노 대표 쇼핑거리다.

스칼라 광장으로 걸어 나오면 클래식 음악계의 전설인 라 스칼라 극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스트리아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의 명으로 세운 유서 깊은 극장이다. 베르디의 ‘나부코’와 ‘오셀로’, 푸치니의 ‘나비부인’, ‘투란도트’ 등 수많은 오페라가 이곳에서 초연됐다. 겉모습은 수수하기 짝이 없지만 내부는 상당히 화려하다. 호화로운 샹들리에와 3600석 규모의 객석, 최고급 음향시설을 갖추고 있다.

인근의 암브로시아나 미술관 겸 도서관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직접 수학·과학·공학 아이디어를 빼곡히 적어 넣은 ‘아틀란티코 코덱스’를 연중 전시하고 있다.

베네치아 / 산 마르코 광장, 나폴레옹이 반한 그곳

밀라노와 이어지는 대표 관광지 중 한 곳은 ‘물의 도시’ 베네치아다. 아드리아해의 해상무역권을 장악했던 위풍당당한 도시다. 마르코 폴로의 출항지이기도 하다. 굽이치며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대운하를 중심으로 작은 운하가 복잡하게 얽혀 그 어느 도시와도 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

베네치아 중앙역인 산타루치아 역에서 수상버스나 택시를 타면 시원하게 펼쳐진 대운하를 지나 산 마르코 광장에 닿는다. 산 마르코 대성당과 두칼레 궁전, 종탑 등이 둘러싼 거대한 직사각형의 광장이다. 나폴레옹이 이곳을 일컬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 표현한 그대로의 느낌이다.

마르코 광장 초입에 있는 종탑은 베네치아의 랜드마크다. 100m 높이의 전망대까지 오르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늘 긴 줄이 생긴다. 비수기에도 몇 십분을 기다려야 하니 시간이 아깝기도 하지만, 종루에서 산 마르코 광장과 대운하를 내려다보는 전망은 여행자가 좀처럼 포기할 수 없는 광경이다. 종탑 뒤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산 마르코 성당은 베네치아의 수호성인 성 마르코의 유해를 안치하기 위해 세운 성당이다. 수차례 복구와 증축이 이어져 비잔틴·로떨謬뵀?middot;르네상스 등 여러 양식이 뒤섞인 매력을 뽐낸다. 12세기 무렵의 대리석과 모자이크로 섬세하게 장식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산 마르코 광장을 유유자적히 둘러보면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길을 탐험할 차례다. 베네치아의 진짜 묘미는 두세 사람이 한 번에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폭 좁은 골목길에 있다. 인근 무라노 섬의 유리공예 장인들이 만든 다양한 동물 모양의 장식품, 13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베네치아 가면 축제에서 유래한 다양한 가면 등의 기념품이 빼곡하게 전시돼 있는 골목을 걷다 보면 방향을 잃기 십상이다. 현지에서 음악 공부를 하고 있는 사은정 씨는 “어느 길로 들어서도 묘하게 산 마르코 광장으로 다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웃었다.


코모 / 로마 귀족·예술가 홀린 이탈리아 속 스위스

이탈리아 안의 스위스를 만끽할 수 있는 호수 도시가 밀라노 인근에 있다. 밀라노에 여정을 풀고 가볍게 하루 코스로 다녀올 수 있는 코모다. 로마 시대부터 귀족과 예술가의 사랑을 받았던 이곳은 스위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짙푸른 호수와 고요히 정박하고 있는 요트, 유유히 발장구를 치며 물살을 가르는 오리가 여행자의 마음을 한없이 평화롭게 해준다.

호수를 따라 걷다 보면 교통편 ‘푸니콜라레’ 정류장이 나온다. 브루나테 산으로 올라가는 산악 열차다. 정상에 도착하면 아름다운 코모 호 인근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분홍과 노랑, 파랑의 수국이 가득한 별장지를 살펴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날씨가 좇?때는 스위스 루가노 지역까지 보인다.

코모에서는 의외로 건축사에 기념비적인 현대 건축물도 만나볼 수 있다. 주세페 테라니가 지은 ‘코모 파시스트의 집’이다. 강조된 사각형 구조가 눈길을 사로잡는 이 건축물은 무솔리니 시절 파시스트 지구당 사무실로 쓰였던 건물이다.

코모에서 유람선을 타면 두 시간 남짓 걸려 벨라지오에 닿는다. 중간에 거치는 메나지오는 묘하게 벨라지오와 비슷하게 들려 벨라지오를 찾는 관광객들이 종종 착각하고 내리는 모양이다. ‘메나지오, 메나지오. 낫 벨라지오’라는 안내 방송이 재미있다. 벨라지오는 ‘아름다운 장소’를 의미하는 그 이름 그대로 코모 호 인근의 대표적 휴양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동명 호텔은 이 소도시를 테마로 만들어졌다. 좁은 골목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하다.


9월 초 리도 섬에 가면 베네치아 영화제
밀라노에선 10월까지 세계 음식문화 한눈에

베니스 비엔날레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 미국 뉴욕 휘트니 비엔날레와 함께 세계 3대 비엔날레로 불리는 국제 미술전이다. 홀수 해의 6~10월에 펼쳐진다. 올해엔 지난 5월9일 공식 개막했다. 아프리카 출신 오쿠이 엔위저가 총감독을 맡았으며 주제는 ‘모든 세계의 미래’. 옛 조선소를 리모델링한 아르세날레 공원을 포함해 베네치아 전역에서 행사가 열리고 있다.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베네치아 리도 섬에?매년 9월 초에 열리는 국제영화제. 1932년에 시작돼 역사가 가장 오래됐으며 팔라초 델 시네마에서 내로라하는 영화가 상영된다. 본래 비엔날레 부속 행사였지만 독립했다. 1987년 배우 강수연이 ‘씨받이’로 여우주연상을 탄 것을 시작으로 2002년 ‘오아시스’로 이창동 감독이 감독상, 배우 문소리가 신인배우상을 받았다. 2004년 김기덕 감독이 ‘빈집’으로 감독상을, 2012년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탔다.

2015 밀라노 엑스포

5월1일 개막해 10월31일까지 밀라노에서 엑스포가 열린다. ‘지구 식량 공급, 생명의 에너지’가 주제다. 110만㎡의 공간에 145개국의 국가관이 설치돼 세계 각국의 음식문화를 살필 수 있다. 한국관이 인기가 높아 지난달 기준 하루평균 약 1만3000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밀라노=글·사진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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